첨단과학으로 풀어보는 동양의 신비



어쩌다 보니 노벨상 관련 글을 계속 쓰게 되는데, 한국인 특히 한국 언론들의 노벨상 짝사랑은 정말 대단한 면이 있다. 뭐 평민이 돈 벌면 양반 족보도 사고, 벼락부자가 <사>자 돌림 사위를 바라듯이, 먹고 살 만 해 지니 왜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할까 하는 컴플렉스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긴 하다.

오마이 뉴스 기사에서도 역시 또 한 명의 노벨상 후보를 생산해 내고 있다. 아니, 내가 조장희 교수나 그 분의 연구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보로 종합해 볼 때 무지 훌륭한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라는 것에 이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 노벨상을 탈 수도 있다는 얘기도 아주 허황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물론 그 근접해 있는 과학자들의 층은 제법 두텁다. 90년대 초반인가 노벨 화학상을 탄 모 하바드 교수의 연구실 대학원생들은 노벨상 시즌만 되면 연구실 냉장고에 샴페인을 쟁여놓곤 했다는 소문이 있다. 몇 년 전에 노벨상을 탄 이집트 출신의 칼텍 교수는 역시 노벨상 시즌만 되면 -수상소감을 고국에서 발표하기 위해- 이집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도 하고. 이런 "절대 허황되지 않은" 꿈을 꾸어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몇십년간 노벨상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거다. 그러니 그 정도 레벨에 오른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받고 못받고가, 스웨덴 한림원의 자신들보다 아마도 수준이 떨어질 학자들이 내리는 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져야만 하는 건지는 사실 의문이다. 물론 그런 레벨의 과학자들도 대부분 노벨상 수상을 갈망한다).

그런데 정작 저 기사에서 시비걸고 싶은 부분은,

fMRI 장비 개발로 동양의학 신비 입증

이후 79년엔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측정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가 나왔다. 인체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인체에 자기장을 걸어 주면 물을 구성하는 수소원자는 공명 현상에 의해 외부의 고주파로부터 특정한 진동수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된 에너지가 다시 방출될 때까지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를 가지고 영상을 얻는다. MRI장비를 개발한 로터버와 맨스필드는 2003년에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웬만한 병원에서 다 갖추고 있는 MRI장비는 뛰어난 해상도에도 불구하고 정지영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1992년 일본의 세이지 오가와 박사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인체 내 산소소모량을 통한 국부적인 기능적 영상이 가능한 fMRI를 개발하며 생생한 뇌영상장치를 전세계에 선보였다.

이후 이 fMRI 장비를 활용한 논문이 앞다투어 쏟아졌다. 특히 동양의 명상(Meditation)과 침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 검증과 연구가 활발해짐으로써 동양의 신비가 서양 과학으로 입증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1992년 미국립보건원(NIH)의 침 연구비가 200만달러였는데 2000년엔 50배 증가한 1억달러에 달할 정도. 1998년엔 조장희 교수가 fMRI로 침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미 과학전문지인 <디스커버>지에 실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라는 부분이다. fMRI가 매우 유용한 도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동양의 신비를 서양과학으로 입증하는" 분야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상당부분이 과학이 아니라 유사과학에 속한다. 과학적인 장비를 사용한다고 과학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사실 동양의 신비 중 어떤 게 서양 과학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는지 아주아주 궁금해 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침으로 찌르고 뇌활동을 fMRI로 관찰하였더니 어떤 부분에 활발한 반응이 나타나더라 어쩌구, 하는 기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So what?

그건 전문용어로 "흥미로운 관찰"이라고 부르는 거지, "입증"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신비"를 입증하려면, 매우 엄밀한 검증을 거칠 수 밖에 없다. 비상한 주장은 비상한 입증을 요구한다 extraordinary claims demand extraordinary proof 라는 격언이 기사의 주장의 문제점을 잘 요약하 준다고 하겠다. 무지 신기하고 노벨상 받을지도 모르는 기계로 관찰한 거니까 입증이라는 얘긴지, 정말 학교 다시 다녀야 하는 기자가 아닐 수 없다.

사족. 1992년에는 fMRI의 발명 말고도 다른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미국 국립보건원 내에 대체의학 사무소가 생겨난 것. 원래 정치인들은 디테일에 무식하기 마련인데, 그런 무식하지만 끗발좋은 미국 상원의원 하나가 어쩌다 보니 대체의학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국립보건원을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오피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돈이야 어차피 의회에서 나오는 거지만, 대체의학같은 거, 침 정도는 양반이고 심령치료나 기치료, 안수기도 같은 거 진지한 척 연구해야 하니, 국립보건원으로선 의학 연구의 첨병이라는 자존심이 많이 구겨지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결론은 대체의학 연구로 돈이 쏟아들어져 왔다는 거다. fMRI라는 경천동지할 발명품 때문에 증가한 연구비의 액수보다 수십배는 더 들어왔을 것임에 틀림 없다.

두 사건의 동시성이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기사를 쓸 때는 기본부터 충실합시다 (그러나 뭐 전체적으로, 다른 과학 관련 기사에 비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기자님 너무 기죽지 마시길).

by 맨땅에헤딩 | 2005/06/19 17:41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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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냉소와 조롱 at 2006/11/27 14:21

제목 : 침술의 과학적 증명
첨단과학으로 풀어보는 동양의 신비 조장희 박사가 저 글에 언급된 논문을 철회했다는군요. PNAS는 미국 과학 학술원의 회지로 상당히 수준높은 학술지입니다. 논문 철회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공저자가 철회에 반대했다는데 모 대학 한의학과에서 경혈학(meridianology)을 연구하시는 분들인가 봅니다. 데이타 해석의 이견 때문에 그런 거라면 당연히 반대할 수 있겠지만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지 않는 주장에 반대하......more

Commented by techage at 2006/11/19 14:59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쪽 뇌과학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한 글 적어 보려고 합니다. 조장희 박사가 만약 노벨상을 탄다면 그가 개발한 뇌 연구장비개발 자체 때문이지 결코 그 장비로 동양의 침술을 연구 한 것으로 타는 것이 아닙니다. 조박사가 연구 개발할 뇌 영상 관찰 장비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것이 사용되어질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이것이 핵심이구요....

사족을 달자면 동양침, 심령치료, 기치료, 안수기도와 같은 것들이 향후 우리가 죽자 살자 매달려야 할 연구 분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로 위의 것들이 비과학적이며, 사람을 혹하는 분야이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약간 멀리 하고자 합니다. 저 또한 해당사항은 없구요. 하지만 위의 것들이 전혀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때는 효과가 있고 어떤때는 없는데,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이 거짓을 행하기에 우린 잘 알수가 없는 것입니다. 진위를 가리기가 힘든 것이죠. 인류 과학의 최종적인 분야는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한 분야입니다.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뇌과학이 핵심이며, 뇌과학의 정점에 바로 보이는 않는 우리 정신의 능력을 과학의 힘으로 검증하는 것들입니다.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6/11/19 17:05
일단 댓글 첫번째 문단은 제 글을 잘못 이해하신 듯 하구요. 저는 "침술 연구가 노벨상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두번째 문단은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심령치료, 기치료, 안수기도는 믿음을 갖고 계신 분들께 작용하는 심리적 효과를 제외한다면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돈과 시간의 낭비가 취미인 사람들이라면 죽자살자 매달려도 되겠지만, 제발 "우리"를 도매금으로 같이 끌고가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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