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진실 - 내 차고에는 용이 산다.



모기불님의 올해의 찌질이賞 후보 3 호: 매실동이 및 그의 발단이 되는 안식향산에 대한 글에 달린 덧글들을 보면, 과학에 대한 교과서적인 오해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내 신념과 어긋나는 과학적 사실은 사실이 아니고야 말테야"라는 억지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오해이다.

아인슈타인 조차도,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에 반대했으니 (물론 이건 코펜하겐 해석이 지금처럼 확립되어 받아들여지기 전이니 아인슈타인도 찌질이라는 주장으로 바로 연결되진 않지만), 이러한 오해는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칼 세이건의 말대로, 과학이란 인간 본성에는 맞지 않는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일 지도 모르고. 우리는 한두개의 데이터로 재빨리 인과관계를 엮어내고 대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환경 속의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과학적 엄밀성은 인간 두뇌의 본성이 아니라는 얘기.

가령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셨다"는 신념이 강하면 "진화론은 진실이 아니자"가 되고, "사람은 노력하면 바뀐다"는 신념이 강하면 "멘델과 다윈의 법칙은 틀리자" (대표적인 예가 트로핌 리센코)가 된다는 얘기다. 같은 원리로 "천연은 좋고 인공은 나쁘다"는 신념이 강하면 "합성 식품첨가물은 몸에 나쁘지 않으면 배배배배배신이다"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그런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증거 혹은 반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얼마든지 자기 주장에 반하는 증거를 반박하는 논리, 혹은 상관없는 사실을 이용하여 자기 주장을 옹호하는 견강부회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Nyxity님이 지적하신 대로,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haunted world"에 나오는, 차고에 사는 불을 뿜는 용에 대한 우화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유를 만들어 대면서 자기 주장을 방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이 산다는 확실한 신념이 있는 한.

그러다 보면 단어 하나쯤은 빼먹어도 되고,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도 되고, 원하는 결과만 선택적으로 발췌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차고에는 용이 사니까.

그런데 곤란한 것은, 자기 차고에 용이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정신병원에 의뢰하면 되겠지만, 방부제는 무조건 나빠! 내지는 설탕을 먹으면 AHDH가 온대! 라는 주장은 시민단체의 등에 업혀 신문 방송을 타게 된다는 점이다. 과연, 인간의 두뇌는 과학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다시 한 번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by 맨땅에헤딩 | 2005/09/16 15:14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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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LibraryOf.. at 2005/09/16 16:21

제목 : 내차고지엔불을뿜는투명드래곤이있다
[[악령이출몰하는세상]]에서 나온 이야기. 책을 지인에게 빌려줬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용을 할 수 없고 기억에 의존해서 말하자면.. {{{ A:내 차고지엔 불을 뿜는 투명 드래곤이 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있어. B:정말? 그럼 적외선 카메라 같은걸로 볼 수 ......more

Commented by happyalo at 2005/09/19 20:02
과학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은 많은 경우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일단 귀막고 거부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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