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



언제부터인진 몰라도, 캘리포니아주의 세번째 대도시를 신문기사에서는 "산호세" 혹은 "샌호제"가 아니라 "새너제이"라고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쇼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논리로도 방어가 안되는 삽질이다. 이렇게 쓰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달린 둥그런 물체는 도대체 뭐라고 부르나 궁금하다.

"부르는 대로 써주자" 원칙이라고 치자. 그럼 한국 신문에선 "선생님"도 "샘", "그냥"도 "걍"이라고 써야 한다. "새너제이"라고 말하는 미국사람도 또박또박 말하라고 시키면 "샌호세(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은 왜 "이너내셔늘", "버터"는 "버러"라고 안쓰나 궁금해진다. 바로 그 밑 동네에 있는 산타 크루즈를 "새너크루즈"라고 쓰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도대체 일관성조차 없단 얘기다. (북부 캘리포니아에서는 발음이 쌔너제이 비슷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 표준발음은 아니고, 신문 따위에 적을 발음도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일관성은 엿바꿔먹었다고 치자. 그럼 부르는 대로 제대로라도 써라. "쌔너제이"라고 쓰란 얘기다. Z발음이야 한국어에 없으니 ㅈ으로 대신한다 해도, 쌍시옷 발음 정도는 한국어에도 있다.

발음 굴리면 있어보이니까라는 이유라고 치자.

...

뭐 어쩌겠냐. 그런 데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면야...

비슷한 삽질이 (비록 좀 더 방어가능한 논리로 무장하고 있지만) 온국민이 배워야 하는 브라"질"식 포르투갈어 발음인데, 나는 도대체 왜 우리가 세계 모든 나라의 알파벳 음소의 다양성을 다 배워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왜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에서는 R이 단어의 첫머리에 오느냐 중간에 오느냐 끝에 오느냐에 따라 발음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게 포르투갈에서 쓰이는 포르투갈어의 발음과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교육받아야 하느냐는 얘기다. 더구나 브라질 사람이 한국사람이 발음하는 "호나우도"를 "로날도"보다 더 쉽게 알아들을 거란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리고 왜 브라질 뿐인가? 프랑스의 수도는 왜 "빠히"가 아니고 소젖은 영어로 "미읔"이 아니냔 말이다. 게다가 더 정확히 하자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아니라 "브라지우의 히우데자네이루"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쓰는 기자들은 앞으로 현지발음 표기원칙을 철저히 지켜서, "부산출신의 김금순(36)씨"는 반드시 "부산출신의 김검순(36)씨" 이런 식으로 적어주리라 믿는다.

by 맨땅에헤딩 | 2005/11/22 16:41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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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하니 알아 들더라"며 "영어표기법에 대한 것이 획기적으로 바뀌지않는 한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후략)제가 지나친 원음주의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는데 (새너제이?) 이 분의 정신세계는 무척 아스트랄 애스트럴하군요. 영어표기법을 바꿔야 원어민처럼 영어를 한다라...일단 "원어민처럼" (아마도 원어민 발음으로)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가 ... more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5/11/22 23:03
김검순 한표.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1/23 18:13
위쪽 부분을 재밌게 읽다가 아래를 보니... 좀 다른 생각이 들어요.
기자들이 일관성을 지켜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때의 기준은 영어인가요? 아래 얘기는 그런 면에서 좀 다른 거 같은데...
한자를 사용하는 중/일의 경우 일본은 일본식 발음으로 중국은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해주는 것도 이상하던데요. 뭐 제각각 불어는 불어 발음으로 영어는 영어 발음으로 중국어는 중국어 발음대로 표기한다고 해봤자 우리말에 없는 음소들이 있으니까 제대로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제 생각엔 그 나라 국내 발음에 충실한 쪽으로 표기하는 걸 원칙으로 세우고, 다만 일관성있는 표기 기준을 정해서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어려운 문제로군요.
Commented by 존슨 at 2005/11/23 22:09
그래도 산호세보단 새너제이라고 쓰는 것이 그나마 낫지 않나요?
근데 외래어 표기법말고는 뚜렷한 원칙은 없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원칙도 참 이상해서 말이죠 ;;)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5/11/23 23:17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나라-지역에서 (본인이) 이렇게 써주시오 하면 그걸 따라주고.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되죠. 미국애들은 보통 자기 맘대로 읽고 별로 문제가 안되던데. 화학에서도 Wittig 시약은 비티히가 비슷한 발음인데 위티그라고 읽죠. 좀 아는 사람은 비티히 라고 하지만.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5/11/24 02:35
덧말제이, 존슨//"일관성을 지키자"라기 보단 "그렇게 쓰려면 일관성이나마 지켜라"는 얘기였습니다. 원어의 발음에 비슷하게 쓰는 것이 맞는데, "새너제이"는 일부 지역 사람들이 하는 발음을 들리는 대로만 적어놓은 거라서 불만인 거죠. 일단 "새너제이" 발음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데다, "호세 성인"이라는 어원에 대한 고려도 전혀 되어있지 않고요. 요즘 한국어 문장에 영어단어가 많이 들어가는데, "새너제이"가 맞다면 "이너내셔늘", "리앨러리 reality", "엘리붸이러", "우엘비잉" 등등으로 바꿔써야 될겁니다.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5/11/24 02:40
덧말제이//굳이 영어가 기준이라기 보다는, 지나친 현지발음지상주의에 대한 불만이죠. 가령 R이라면 우리말의 ㄹ에 대응한다는 어떤 묵시적인 합의가 (어떤 언어에서 쓰였든) 있는 건데 (가령 "프랑스의 파리"), 그걸 무시하고 굳이 "브라질식 포르투갈어"에서만 대국민 발음교육을 행하는 건 우습단 얘기였습니다. 영어가 기준이라면 milk도 "미읔"이 되어야 하는데 우린 "밀크"라고 하지 않습니까? L이란 글자가 한글의 ㄹ과 대응한다는 묵시적 합의를 지키는 거죠.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1/24 18:18
아... 그런 뜻이셨군요.
Commented by 산호세 at 2010/09/13 04:36
쓰여있는데로 옮겨적는게 맞지 않나요... 발음하는데로 적게되면 Santa Zay와 San Jose를 어떻게 구분하나요?
Commented by 산호세 at 2010/12/22 16:47
웃긴건 미국에선 산호세를 세너제이라고 절대 안 합니다.
더 웃긴건 한국에선 미국 산호세는 세너제이라고 하면서
막상 칠레의 산호세나 필리핀의 산호세는 산호세라고 합니다.
뭔짓인지..
Commented by 동감 at 2013/06/28 20:21
북미애들도 산호세라고 발음하는데 별쓰레기같은 한국신문에서 세너제이라길래 새로생긴 동네인줄 착각. 참나 산호세 실리콘벨리 놀러갓다온 내가 다 쪽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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