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의 검증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결과의 검증을 놓고 시끄럽다. 그 중 몇가지 거슬리는 것을 말해보자.

일단 "국과수·사이언스 재확인…PD수첩 왜 검증 운운하나"라는 기사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내 기억으로 이 신문은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람 상대로 사상검증 하는 신문이다. 그 뻔뻔함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제쳐두고, 국과수의 검증은 비공식적으로, 세포가 아닌 DNA 샘플을 가지고 이뤄졌다니 검증이라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다.

사이언스의 재확인을 받았다는 것은 특히 거슬리는데, 일단 "권위에 의존하는 오류"가 보인다. 과학의 진실은 권위에 상관하지 않는다. 과학을 모르면 모를 수록 "국과수", "사이언스"라는 권위에 매달리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부 황박사 옹호론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서양의 권위와 기준을 인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바에는, 어째서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만 "서양"의 권위를 떠받드는지 궁금해지지만, 그 일관되지 못함 역시 어제오늘의 일이 나니니 제쳐두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이언스 "줄기세포 복제 문제없다"> 기사와도 연관되는 것인데, 사이언스는 이 사건의 이해당사자이며, 두 번이나 표지에 실린 연구가 무효화되면 자신들의 권위에도 타격이 가고, 또한 저널 심사는 기본적으로 자체완결성과 연구의 질을 살피는 것이지 데이타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황교수팀 연구가 참신하거나 획기적인가,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실험을 수행했다고 보고했는가, 논리적인 헛점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지, 데이타가 조작되었는가 아닌가는 그들이 판단할 수도 없고,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명백한 조작을 제외하고는).

다음의 기사를 보자.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올 5월 인터넷을 통해 발표된 황우석(黃禹錫)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수정자료를 발표했다. 결론은 “당시 논문에 제출된 배아줄기세포가 복제된 것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이언스의 검증으로 항간에 떠도는 황 교수 논문의 진위(眞僞) 공방은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

사이언스가 수정 발표한 논문의 ‘표’ 부분에 따르면, 황 교수팀이 발표한 11종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모두 체세포를 제공한 11명의 환자 DNA와 면역반응이 각각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즉 배아줄기세포가 환자 세포에서 유래됐다는 뜻으로, 복제가 정확히 이뤄졌다는 의미다. 복제가 가짜라는 항간의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마치 사이언스가 이번에 발표한 수정자료는 복제 성공을 "새롭게" 확인해 주는 자료라는 뜻으로 읽힌다. (새롭지 않다면 뉴스의 가치가 없다.) 실제로 그런지 직접 살펴보자.

일단 6월 17일의 원래 논문의 표 2.


다음은 이번에 공개된 수정자료.

 


바뀐 것은 pluripotency(줄기세포가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와 그 검증방법에 대한 항목 뿐이고 (이 부분에서는 많이 보도되었듯이, 복제성공률이 애초 보고된 것 보다 떨어진 것으로 수정되었다), 제대로 복제되었나를 검증하는 DNA와 HLA 항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맨 오른쪽 두 열). 즉 새롭게 사이언스에서 복제 성공 여부에 대해 확인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도대체 뭘 보고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으며 "논란이 종결"되었다고 선언하는지, 이 신문의 기자 수준은 예전에 알아보았지만 이런 견강부회는 보다보다 처음이다.

쉽게 말해서 사이언스지는 이번 수정자료를 통해서는 복제의 검증여부에 대해 아무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수정자료 발표가 없었다면 "사이언스지, 복제 성공에 대해 무언의 긍정"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가상의 기사는, 위에 언급된 기사와 논리적으로 완전히 동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by 맨땅에헤딩 | 2005/12/01 16:08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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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2/02 21:37
조금 놔두고 과학계 내에서 반복검증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하는 또는 하고픈 사람들 많을텐데... 만약 데이터가 거짓이면 머지 않아 판명될텐데... 어쩌면 거짓일 경우 들어갈 삽질을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요즘과 같은 일까지 생기는 걸까요? 흠...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5/12/03 01:58
덧//학계 내부에서 해결이 되었다면 최선이었겠죠. 하지만 이번 일처럼 의혹이 뚜렷할 땐 의혹을 알고도 가만히 자체정화를 기다리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yayar at 2005/12/03 13:04
죄송합니다만, 위의 표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데요. 수정된 내용에 해당되는 샘플이 어떤것들이 되는 것입니까? 황교수팀이 무작위로 골라서 피디수첩에 건넸다는 샘플이 2, 3, 4, 10, 11번이라는데... 이 번호하고 일치하는게 있는지 궁금해서요.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5/12/03 13:51
수정된 표와 원래 표를 비교해 보면, 3,4번째 열만 빼고는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Plurip.하고 Differ). Plurip (pluripotency)는 다른 조직으로 분화되는 능력이고, 12번 샘플은 원래는 된다고 했다가 안된다고 수정한 거죠. Pluripotency를 가진다고 내세운 증거가 두가지, 즉 embryoid body (EB)와 teratoma의 형성 여부인데, 5,6,7,8번은 둘 다 된다고 했다가 수정본에선 EB만 확인된다고 고친 겁니다. 2,3,4,10,11번은 수정본에서도 변함이 없군요.
Commented by yayar at 2005/12/03 15:15
그럼... 무작위로 뽑아서 줬다고 했는데 피디수첩에 넘기지 않은 시료들 중 한개 빼고 나머지는 모두 결과를 수정한 셈이군요. 이건 어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이쪽 전공이 아니다 보니 파악하기 어렵군요. 별 의미없는 것일까요?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5/12/03 15:43
지금 상황으로는, 피디수첩에 넘긴 것 조차도 진위확인이 안되는 수준이죠. 샘플을 넘긴 시점과 사이언스에 수정본을 보낸 시점, 어느 쪽이 앞서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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