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표기

여기 삽질하나 추가요!



트랙백한 BigTrain님의 블로그에서 빌려온 표입니다. 밑에 쓴 글과는 달리 소디움, 포타시움 등에 대한 얘기는 없네요. 일단 독일어식에서 영어식으로 바뀐 발음들 몇 개가 눈에 띄고 (저마늄, 터븀, 이터븀, 나이오븀) 이건 말했듯이 초기의 혼란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저마늄"을 뺀다면 혼란을 줄만큼 일반적인 원소는 없죠)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소이름은 독일것도, 미국/영국것도, 우리것도 아닌 국제 공통의 것이고, 다만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로마자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다 자기나름의 발음법으로 읽는 거죠. 우리는 로마자를 사용하지 않으니 다른 누군가의 발음법을 사용하는 거고, 현 시점에서 그 다른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유럽의 화폐를 "오이로", "에우로"라고 부르진 않지 않습니까? 주요 영어권 국가들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유로"라고 부르죠.

또 하나는 아마도 일본식 축약표현을 정식으로 고치는 것인가본데, 크롬이 크로뮴으로, 티탄이 타이타늄으로 바뀐 것들입니다 ("아마도"라고 한 이유는, 저 원소들이 독일어와 영어의 철자가 같은데 크롬, 티탄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몰라서입니다). 이것도 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칼리포르늄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고요. 미국 서해안의 주는 칼리포르니아가 아니라 캘리포니아거든요.

플루오르가 플루오린, 요오드가 아이오딘, 셀렌이 셀레늄, 망간이 망가니즈, 브롬이 브로민이 된 것 등은 독일어를 영어로 바꾼 것입니다 (같은 로마자 표기의 발음법만 바꾼 게 아니라). 아마도 요오드와 망간 정도 빼놓고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고, 그나마 셀레늄 같은 경우는 이미 셀렌보다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요오드나 망간. 게르마늄 정도는 그냥 둬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표기법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면 (원소 이름은 영어식으로라는 일관성 말입니다) 큰 불만을 가질 사안은 아닐 것 같고, 일상생활에서도 쓰지 못하게 강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량형과는 달리) 단지 "영어식"으로 바꾼다는 이유만으로 삽질이라고 매도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더 익숙하단 이유 말고는 독일어식을 선호해야 할 이유를 생각해 내기도 힘들고요. 이제 "에네르기"라는 말은 드래곤볼 만화책에서만 볼 수 있고, "알레르기"도 점점 "알러지"에 위협받지 않습니까? 성적 절정을 "오르가스무스"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젠 들어본 사람조차 드물 겁니다만 30여년 전에는 통용되었습니다. 최소한 "영어라서 기분나빠"라는 이유라면 금방 극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y 맨땅에헤딩 | 2008/01/11 23:03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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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1/12 00:24
"영어라서 기분나쁘다."는 감정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이미 '외래어'가 된 원소나 화합물 표기를 억지로 주체성없이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자주 강조되지만 흔히들 망각되는게, 외래어는 외국어가 아닙니다. 어차피 한글이 완벽한 발음체계가 아닌 이상(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myth 중 하나로 보이는데) 영어를 한글로 완벽히 표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건 아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IPA 기호를 채택하고 어릴 때부터 전세계의 각종 발음을 연습시키지 않는 이상 자국언어로 외국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겠다는 건 불가능하죠.

이 상황에서 이미 외래어화된 원소기호를 전공자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강제로' 바꾼다는 건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어는 한국사람들, 한국어 사용자들끼리 서로 의사소통하려고 쓰는 말인데 소수 전공자들의 불편을 이유로 이미 외래어화된 명칭을 왜 바꿔야 하는지 저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드신 에네르기나 알레르기, 오르가스무스같은 경우는 학회나 기표원 등에서 잘 쓰고 있는 단어를 강제로 바꾸지는 않았던 걸로 압니다. 오히려 영어가 대세라면 그 영향을 받아 몇 십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자연스레 변했을 텐데 망간, 게르마늄, 요오드, 플루오르 등의 명칭을 일부러 바꿔가며 이중표기라는 혼란을 자초하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Commented by 맨땅에헤딩 at 2008/01/12 11:51
저 표에서 굳이 문제라면 망간, 게르마늄, 요오드 세 개 정도밖엔 찾을 수 없는데, 저도 그것들은 존치해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다만 도량형 바꾸듯이 앞으로는 망간, 게르마늄, 요오드라고 쓰지 못한다고 정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바꾸는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체성까지 따질 문제도 아니라고 보고요 (주체성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영어라서 기분나쁘다는 것과 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제하지 않고, 공식적인 표기법으로만 정해 놓으면 말씀하신 대로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과문한 탓인지 "앞으로 요오드라고 쓰면 안된다"라는 발표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소수 전공자들의 불편이 이유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 소수 전공자들은 이미 학술적 diglossia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어서요. 현실화, 일원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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