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03일
도대체 뭘 어쩌라고
[문창극 컬럼] 마지막 남은 일
DJ의 비자금이 과연 있을까? 그가 활동했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비자금을 조성했었다는 것은 거의 확실히 사실일 것이며, 그것 중 일부가 아직 남아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 위의 컬럼은 이러한 논리적 유추와는 전혀 상관없이, 완벽하고도 흠잡을 데 없는 교과서적으로 잘못된 글쓰기이다.
결국 저 글의 논리는 이것이다.
1. DJ의 비자금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 및 정황이 있었다.
2. DJ는 곧 죽을지도 모른다.
3. 그러니 역사와 국민 앞에서 가족이 나서서 의혹을 해명하라.
대뇌 회백질을 1그램정도 사용해 보면, 저 얘기는 결국 "DJ 가족이 비자금의 존재를 인정해라"라는 얘기와 완전한 동치이다. 비자금의 존재를 부정하면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쟤들 또 거짓말한다"). 문창극 씨는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 정도면 대놓고 비자금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면서 에둘러 잘 썼지>라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중이거나, 아니면 스스로 DJ의 비자금에 대해 추호도 의심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 글의 논리에서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는 절대 깨닫지 못하는 상태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즉 비겁하거나 멍청하거나. 그의 자랑스러운 "무죄추정의 원칙"은 말로만 내세우는 자가당착임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유수 언론의 대기자 씩이나 된다면 좀 더 용감하거나 좀 더 유능해도 되는 것 아닐까?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서 (문장의 우아함이나 논조의 세련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파장이 겁나서 빙 돌려 말하지 말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라고 주문할 수도 있지 않나? 비겁하게 성역 어쩌고, 무죄추정 어쩌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않고 용감해질 수 있단 얘기다. 아니면 진짜 기자답게, 대한민국 기자답게, 조중동 기자답게, 불독처럼 물고 늘어져서, 영부인 20촌의 비리를 찾아내는 취재력으로 파헤쳐 보든가.
발로 뛰는 취재력도, 수천만인오왕의 하는 용기와 자신감도, 기자의 필수덕목인 논리력과 문장력도 없는 대기자라면 족벌신문 간판 뒤에 숨어서 짱돌 던지는 능력 말고는 뭐가 있는건가?
# by | 2009/08/03 23:1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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